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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베팅 이용후기 덧글 0 | 조회 135 | 2023-10-24 00:45:18
스타  
인간 세계로 온 로즈데일은 곧장 아이브리아의 황궁으로 공간을 이동했다. 거리가 얼마나 멀든, 그래서 얼마만큼의 마나를 쓰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녀라도 황궁에 도착했을 땐 잠시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 순간 다리가 꺾였지만 겨우겨우 중심을 잡아 버티고 섰다. 허리를 숙이고 어지러운 이마를 잠시 짚은 사이, 누군가 그녀를 부르며 허겁지겁 달려왔다. “황후 폐하!” “케인?” 머리가 지끈거려 하는 수 없이 눈살을 찌푸린 로즈데일이 케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를 부축하는 그의 얼굴엔 세상의 온갖 걱정을 다 끌어안은 표정이 스며 있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째 실소가 나왔다. 아, 드디어 정말로 돌아왔구나, 싶어서. 케인의 손등을 톡톡 두드려 주며 로즈데일은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 그녀의 사과에 케인은 어째선지 더욱 울컥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 “괜찮으십니까? 안색이 너무 안 좋으신데요.” 다시 돌아온 로즈데일은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더 창백해져 있었다.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어서 보고 있기가 괴로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로즈데일뿐이었다. 이미 힘들어 보이는 로즈데일에게 의지해야 하는 작금의 사태가 못내 미안해서. 케인은 뜨끈한 눈물을 삼켰다. “죽다 말고 와서 그래.” 로즈데일은 별것 아니라는 듯 케인의 팔뚝을 툭툭 두드려 주었다. 더는 걱정을 끼쳐선 안 되기에 그의 부축을 뿌리치고 스스로 허리를 폈다. 그러고 곧장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녀가 서 있는 곳은 자신의 모형이 침대에 누워 있는 루카스의 침실이었다. 케인이 굳이 황제의 침실을 지키고 있었던 것도 바로 저 모형 때문이었다. 로즈데일이 온다면 모형이 있는 이곳으로 곧장 이동해 올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구태여 아무도 없는 주군의 침실에서 내내 서성이고 있던 까닭은 오로지 로즈데일뿐이었다. 그만큼 그녀가 돌아오길 간절히 기다렸단 뜻이리라. “그보다, 루카스는?” 로즈데일은 루카스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제 모형을 톡 건드렸다. 그동안 수고한 인형이 작은 빛 가루가 되어 날아와 다시 그녀의 몸에 흡수되었다. 지금은 이런 적은 양의 마나조차도 간절했으니까. “폐하께서는 마수를 처리하러 기사단을 이끌고 출전하셨습니다.” 케인은 어미 닭을 쫓는 병아리처럼 로즈데일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불안했을 그의 심정이 조급한 발걸음에서 여실히 느껴졌다. 그 마음을 알기에, 로즈데일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루카스의 방에서 좀 더 여운을 느끼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의 침대에 소중히 눕혀져 있는 제 모형에 마음이 몽글몽글했지만, 감동할 여유가 채 없었다. 로즈데일은 케인과 함께 침실을 나섰다. 들어간 적 없던 로즈데일이 루카스의 침실에서 나오는 장면을 본 기사들과 사용인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제국의 존귀하신 달을 뵙습니다!” 인사를 받으며 로즈데일은 곧장 걸었다. “다른 인간들도 모여 있어?” “예. 대회의장에 귀족과 대신들이 전부 모였고 수정구를 통해 지역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가는 동안 상황 보고 부탁해.” 로즈데일과 케인은 빠르게 걸어서 남쪽 궁을 나섰다. 그동안에 케인은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계속해서 입술을 움직였다. 그녀가 없었던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먼저, 아비스는 우리 아이브리아뿐만 아니라 타국에서도 마수 사태를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타국에서 도움을 요청했으나 받아줄 상황이 아닌지라 마법 물품만 지원했습니다.” “우리도 급박했나 보네.” “예. 아비스는 몇 시간에 한 번씩 계속해서 마수를 보내며 혼란을 일으켰습니다. 마스터들을 전 지역에 배치해 놓은 만큼 큰 피해는 없었지만, 확실히 정신없고 불안했지요.” “대처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라 제국민들을 먼저 대피소로 전부 불러 두고 기사단과 마스터가 그 대피소를 지키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었습니다. 한데…….” 케인은 자꾸만 마르는 목구멍에 힘겹게 침을 넘겼다. “몇 시간 전, 갑자기 아비스에서 상상 이상으로 많은 수의 마수들을 한꺼번에 푼 겁니다.” “얼만데?” “아이브리아 전역에 총 오백여 마리로 추정됩니다.” “오백?” 순간 너무 놀란 로즈데일은 잠시 걸음까지 멈춰 세웠다. 정말 마지막 필사의 공격이구나. 에로스와 엘피스가 말한 예언의 날이 지금임을, 로즈데일도 알 수밖에 없었다. 그럼 더더욱 여기 서 있을 시간이 없겠지. 로즈데일은 다시 케인과 중앙 궁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그 후로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어?” “먼저, 요정왕께서 도와주신 마법사들이 수도 전역에 보호 구역을 만들었습니다.” “보호 구역?” “예. 마법 방어벽을 만들어서 건물을 통째로 마기로부터 보호하는 겁니다. 무너지지도 않고 마수가 들어올 수도 없지요.” “응. 좋은 생각이었네.” 마법부가 고생하고 있겠구나. 하지만 지금은 누구 하나 고생하지 않을 수가 없는 시기였다. 마법부뿐만 아니라 평범한 제국민들조차 팔을 걷어붙이고 목숨을 내놓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터전을 지키기 위하여. 로즈데일이 루카스와 인간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돌아온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보호 구역을 만들던 중에 마수 수백이 덮치면서 완성된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는 보고입니다.” 거의 중앙 궁에 다다랐을 무렵, 케인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보호 구역을 설치하면서 동시에 걸어 두었던 통신 기능으로 사람들의 생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브릴리아를 포함한 마법부 인원은 전원 무사했으며 그들이 구한 사람 수도 굉장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시 나가 있던 마법부의 인원이 사람들을 구조하면서 상당수의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입니다. 대략 수도 인구의 4분의 3은 생존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 나머지 사 분의 일을 위해 로즈데일은 눈물을 머금으며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죽거나 다친 인간들은 그 숫자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아이브리아를 제외하고도 더 많은 나라의 인간들이 죽거나 다치고, 소중한 사람을 잃었겠지. 참으로 무의미한 살상이지 않은가. 코끝이 시큰거렸다. 그들의 삶을 절대 헛되이 만들지 않을 것이다. 그리 다짐하며 중앙 궁의 대회의실로 들어섰다. “황후 폐하!” 모여 있던 인간들이 순식간에 로즈데일에게 몰려들었다. “어디 있다 이제 오십니까! 저희가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아비스의 근거지를 찾으러 갔다 들었습니다. 성과가 있었습니까?” “폐하! 결정을 내려 주십시오!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수십의 목소리가 뒤섞여 대회의장을 쿵쿵 울렸다. 로즈데일은 손을 들어 보여서 그들을 진정시켰다. “다들 침착하도록 해요.” “…….” 웅성웅성하던 소리가 차츰 잦아들었다. 그제야 로즈데일도 입술을 열어 제대로 말을 전달할 수 있었다. “지금 수도 외의 다른 지역 상황은 어떻죠?” “천행으로, 마수 처리가 마무리되어 가는 지역이 늘고 있습니다.” 프레드릭 공작이 앞으로 나와 대답했다. 그는 지금 이곳에서 가장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었다. “숫자가 너무 많아 난항이었으나 마수의 급이 높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각지에 배치한 마스터들과 기사단이 협공하여 처리하는 중입니다.” “미리 제국민들을 대피소로 피신시킨 덕에 인명 피해는 적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프레드릭의 침착함에 옮았는지, 다른 인간들도 차츰 또박또박 말문을 열었다. “문제는 수도입니다. 수도에서만 이백이 나왔어요.” “황제 폐하께서 기사단을 이끌고 처리하러 가셨으나, 아직 소식은 없으십니다.” “그리고…….” 귀족들이 앞다투어 말하던 그때였다. “황후 폐하!” 대회의장의 문이 벌컥 열리고 인간들이 들이닥쳤다. 허락도 없이 들어왔다고 귀족들이 화를 낼 수도 없는, 아주 처참한 모습으로. “아, 아니……!” “이게 무슨 일이오!” 다시금 흥분한 귀족들과 대신들이 말을 더듬으며 소리를 질렀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문지기 기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온 두 인간 때문에 그랬다. “오웬!” 로즈데일이 서둘러 달려갔다. 기사들이 부축하던 두 사람을 바닥에 눕혀 주었다. 한 명은 대신관인 오웬이었으며 또 다른 한 명은 오다가다 본 적 있는 친위 기사단의 기사였다. “화, 황후 폐하, 오셨, 오셨습니까?” 피부가 재처럼 검은색으로 점점 변하면서도 오웬은 로즈데일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 마음이 너무 가엾고 슬퍼서 자꾸만 목이 멨지만, 그녀는 끝내 눈물을 떨구지는 않았다. 언젠가의 루카스처럼, 자신도 이 자리에서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될 통치자였기에. “이게 무슨 일이에요, 대체.” 로즈데일은 입술을 악물고 눈물을 참으며 기사와 오웬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상태가 비슷했다. 온몸이 고름으로 가득 차 썩는 냄새를 풍겼고 피부는 차마 건드리기 무서울 만큼 색이 변해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듯했다. “마기에 당한 거군요.” “예.” 오웬이 달달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답조차 할 수 없는 기사는 아예 거의 숨이 넘어갈 듯 헐떡이고 있었다. 로즈데일은 더 미루지 않고 두 사람의 가슴 한가운데로 손을 뻗었다. 살릴 수 있을까? 가능성이 희박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로즈데일은 신력을 있는 대로 전부 다 두 인간에게 쏟아부었다. “조금만 참아요. 내가 어떻게든…….” “황후, 폐하.” 오웬이 힘든 몸으로도 굳이 로즈데일의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이러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오웬. 말하지 말고 힘을 아껴요. 한숨 자면…….” “폐하께서, 황제 폐하가 위험하십니다.” “……!” 순간 로즈데일의 손이 흔들리며 멈칫했지만, 그녀는 다시 눈물을 머금고 신력을 쏟아부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마, 마수 소동은 폐하를 유인해 내기 위한…… 아비스의 계략이었습니다. 왕…… 마족의 왕이 거기 있었어요.” “그럼 지금 폐하께서는……!” 다리에 힘이 풀린 케인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폐하는 어디 있소! 대신관!” “데려, 그들이 데려갔습니다.” 오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키지 못했습니다. 황후 폐하. 부디 용서를……!” 결국 그 말을 끝으로 오웬의 눈꺼풀이 감겼다. 삐이이―. 엄청난 이명이 순간 로즈데일의 두 귀를 관통했다. 일순간 스타베팅 소음이 멈추고 시야가 흐릿해졌다. “루카스…….” 심장이 갈기갈기 찢긴다면 이런 기분일까. 죽음보다 더한 공포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애초에 요정계로 돌아가는 게 아니었는데. 루카스를 떠나선 안 됐는데. 온갖 후회가 썰물처럼 밀려들며 그녀를 잠식하던 순간. “로지.” 루카스의 환청이 로즈데일을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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